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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숲

불안을 철학하다-사미르 초프라

by faramita 2025. 1. 18.

 

 
 

 

Samir Chopra

뉴욕시립대학교(CUNY) 철학 교수. 미국철학실천가협회(APPA) 공인 철학 상담사. 인도계 미국인으로 뉴욕시립대학교에서 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모교 컴퓨터과학과에서 경력을 시작했으나, 학계 텃새에 치여 ‘몰입(flow)’할 수 없음을 깨닫고 본래 ‘집(home)’인 철학과로 전임했다. 이후 니체 철학, 실존주의, 실용주의, 심리 철학, 동양 철학을 강의했고, 인공지능(AI)의 철학적·법률적 기반과 과학기술의 윤리적·정치적 토대 등을 연구하면서 「네이션(The Nation)」, 「로스앤젤레스리뷰오브북스(LARB)」, 「이온(Aeon)」, 「프시케(Psyche)」 등 여러 매체에 철학 칼럼을 기고했다. 특이한 주제의 책도 여럿 썼다.

 

우리가 현실을 만났을 때, 힘든 이유는 감정 때문이다. 그 감정들 중 쾌의 경험은 집착하고 고의 경험은 투쟁 또는 회피로 반응하게 된다. 회피하려는 그것 조차 강박적 집착이 되어 부정적 감정을 털어내기 위해 격렬한 행동을 하게 된다.

 

감정들 중에서도 요즘 내가 관심기울이며 통찰하는 것은 불안이다. 이를 위해 도서검색창에 '불안'이라는 그물을 드리웠을 때 발견한 책이 이 책, "불안을 철학하다"이다. 말 그대로 이 책은 불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심리학적 흐름을 크게는 철학적 사조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초기 철학에서는 이성에 대한 찬양과 집착이 주를 이루었다면 폭넓게 감정에 대한 영역까지도 다루고 있다.

저자의 도특한 소개 이력도 눈길을 끌지만 그는 책의 도입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의 외상적 상처에서 발생한 불안을 이야기한다. 죽음은 필멸의 유한성을 자각하게 하는 사건이다. 죽는 당사자는 죽음이라는 과정에 답을 얻겠지만 그것 옆에서 목격자로 생존한 사람들에게는 필멸에 대한 자각 후의 불안을 안겨주는 사건이다. 상실과 분노와 부정과 죄책감의 생존적 정서를 모두 치르고 나면 가장 밑바닥에 가장 강력한 실존적 불안, 우리의 유한성을 확인하게 되면서 불안을 형성하게 된다.

 

심리학은 개별적 정서를 다룬다. 불행의 늪에 빠진 '나'를 건져내는 것이다. 그러나 철학은 인간 보편적인 경험으로 만든다. 개인적 불행에 잠식된 사람들은 나르시스가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에 넋을 잃듯, 자신의 비극성에 넋을 잃고 주변과 단절된 채, 자기 안으로 잠식되어 간다.

 

그러나 철학하기는 그러한 것이 인간보편적임을 확인하면서 인류적인 연민을 만들어 간다.

 

 

뭉크 "불안"

 

"일찍이 붓다는 세상의 근본적이고도 형이상학적 특징, 즉 우리가 경험하고 알게 되는 모든 것은 '공동의존적'으로 발현된다고 말했다. 그 어느 것도 그렇게 되는 모든 것에 독립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불안도 마찬가지다. 불안한 개인은 자기 자신의 개별적이고 특별한 불안으로 윤곽이 잡히고 색이 칠해진 세상에 사는 듯하지만, 그 세계 역시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불안이 공동으로 형성한 세상이다. 우리는 혼자라서 불안하고 혼자가 아니라서 불안하다."

 

심리학은 '나'는 이라고 시작하고 철학은 우리는 이라고 시작한다. '나'로 혼자 있을 때도 불안하다. '우리'가 되었을 때는 그 우리안의 다양성과 그 다양성이 가지는 예측할 수 없음의 불안함을 가진다. '나'로 있을 때는 나의 불안만 통제하면 된다. 그러나 그 불안함은 단일 개체로서의 약함이 불안하다. '우리'일 때는 다양한 우리의 무리가 거대한 공룡이 되어 서로 뒤뚱거리며 부딪히게 되는 통제할 수 없는 불안함이 발생하게 된다.

 

그럼 이러한 불안함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해야 하는가? 불안은 소거할 수 없다. 바이올린에게 현을 제거하면 바이올린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처럼 인간에게 불안을 제거하면 인간의 역동성은 사라진다. 단지 현을 조절하여 가장 적절한 음을 찾아내듯 우리의 불안을 조율하며 나의 소리에 섞여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혼란스럽다. 이럴 때 나의 현을 조율할 수 있는 좋은 튜닝 방법 중에 하나가 철학하기일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가볍게 도전할 수 있는 이 책을 읽어보며 시작해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