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숲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_저자 엘즈비에타 에팅거

faramita 2025. 1. 19. 14:55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시기가 시기라 "악의 평범성"에 대해 찾아보다 한나 아렌트에 대한 관련 서적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그중에 산지니 출판사에서 출판된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라는 책을 발견하였다.

엘즈비에타 에팅거가 저자이며 황은덕이 옮겼으며 산지니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나는 사실 마틴 하이데거를 좋아한다. 그의 현상학을 좋아하는 것이다.

철학자가 이상적 인간은 아니기에 인간적 애정이 아니라 그의 학문적 통찰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나치치하에서의 부역은 비판받아 마땅하며

그런 과정에서 그의 스승인 후설에 대한 학문적 학살에 대해서 침통할 뿐이다. 

 

이 책에서 그런 그에 대한 두명의 인간적 지지자와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정치라는 공동체적 상황과 그에 따른 인간적 관계의 연약한 주관적 태도가 명암이 되어 그려지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특수성까지도 배제한 상태에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책에서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그로 인해 시온주의자에게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런 그녀기 하이데거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해 보여 나는 책을 읽으며 불쾌감까지 느껴졌다.

내가 여자이기에 그녀의 여자로서의 연약함에 저항감을 느꼈을까?

한편으론 그녀를 옹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며 이런 생각도 들었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결핍감이 하이데거라는 존경하는 대상(35세의 하이데거)의 사랑은 17세의 한나 아렌트에게는 

잃어버린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만난 것처럼 책에서 느껴졌다.

그런 그녀의 결핍에 대해 인간적으로 공감되면서 나르시시스트의 가스라이팅으로 자기 마음대로 휘두른 하이데거의 저급한 사랑에 대한 혐오적 저항감의 불쾌감으로 변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이 책에서 한나 아렌트의 남편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한명의 위대성은 그 자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의 그림자를 거느리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 뒤에는 그녀를 붕괴되지 않고 완성해가도록 배경이 되어준 이가 그의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유대 피난민이었고 국적이 없이 미국에 머무는 과정에서 한나 아렌트는 하인리히 블뤼허를 만난다.

처음 한나 아렌트는 하이데거에 대한 사랑의 상처로 사랑에 대해 신뢰를 잃고 포기한다.

그런 과정에 만난 하인리히 블뤼허는 자기의 소유로서 지배했던 하이데거와 달리

자기 자신으로 있는 그대로 존재하도록 그녀만의 공간과 속도를 허용하며 사랑을 이어간다.

심지어 그 또한 하이데거의 사상을 좋아했기에 

하이데거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교수직이 박탈되며 도움이 필요할 때

한나 아렌트가 하이데거를 도울 수 있도록 지지하였다.

 

하이데거는 한나 아렌트의 사상적 사고의 체계를 만들어준 사람으로서 사상적 부모이다.

그것을 칼 야스퍼그를 통해 성장시키고 스스로 만들어 갔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그녀의 잠재력을 스스로의 정치철학적으로 공고히 하는데 

하인리히 블뤼허의 넓은 "담아주는 사랑"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한나 아렌트와 하인리히 블뤼허

 

 

이 책의 저자는 그의 사랑이 어떠했는지 아름답게 표현했다.

 

"P70 블뤼허는 아렌트가 나약하고, 불안정하고, 두려워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었다."

"P71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렌트가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나의 나약함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는

블뤼허의 사랑이 착취적 사랑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한나 아렌트와 하이데거의 사랑에서는 병리적인 느낌을 

블뤼허에게서 치유의 성숙한 사랑의 힘을 보게 된다.

 

위대하다는 것이 인간적 성숙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님을 하이데거를 통해 보게 된다.

 

사랑하는 철학자 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는 그래서 너무나 인간적이고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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